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에필로그 그래도, 나는 사랑하리라 "무너져도 다시 사랑하는 것. 그것이 내 삶의 방식이었다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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◇ 화광동진(和光同塵) 프로젝트

에필로그

그래도, 나는 사랑하리라

"무너져도 다시 사랑하는 것. 그것이 내 삶의 방식이었다."

책을 마치며

책을 쓰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. 그리고 이렇게 치유가 되는 줄도 몰랐다.

살아온 것을 쓰는 것이 그냥 기억을 꺼내는 일인 줄 알았다. 그런데 막상 앉아 쓰기 시작하니, 그것이 아니었다. 기억은 감정과 함께 온다. 적으면서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. 아버지의 손을 다시 잡고, 교도소의 차가운 벽을 다시 느끼고, 물한계곡의 물소리를 다시 듣는다. 그 감각들이 고스란히 살아나는 과정이 글쓰기였다.

글을 쓰는 것은 기억과 화해하는 것이었다. 오래된 상처를 꺼내서, 들여다보고, 다시 넣어두는 것. 그 과정에서 상처가 조금 달라졌다. 여전히 거기 있지만, 더 이상 나를 지배하지 않았다. 상처가 내 이야기의 일부가 됐다. 전부가 아니라.

그리고 알게 됐다. 약했던 나, 흔들렸던 나, 틀렸던 나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. 그것들을 지우면 지금의 나도 없다. 상처 없이는 상처를 이해할 수 없다. 넘어지지 않고는 일어서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.

그 전체가 나였다.


 

숙이에게

이 책의 진짜 주인공은 나보다 아내일 것이다.

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곁에 있어줬다. 그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. 많은 사람들이 그 상황에서 떠났을 것이다. 숙이는 남았다.

왜 남았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.

"나도 몰라. 그냥 있어야 할 것 같았어."

그 말이 전부였다. 이유가 없었다. 그냥 있어야 했다. '그냥'이 가장 강한 것이었다. 논리로 남는 것이 아니었다. 계산으로 남는 것이 아니었다. 그냥 이 사람 곁에 있어야 한다는 것. 그것이 사랑이었다.

나는 그 사랑을 받았다. 그 사랑이 나를 살렸다.

숙이가 두 번의 소식을 듣고 난 뒤, 혼자 마음속에 담아뒀다가 내게 건넨 글이 있다. 그 글을 여기 그대로 싣는다.

* * *

—  숙이의 편지  —

 

광현씨.

 

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이상하지. 말로는 괜찮다고 해도, 네가 없는 자리가 이렇게 크게 느껴질 줄은 그때는 나도 몰랐어.

 

2005, 처음 네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화가 난 것도 아니고, 원망한 것도 아니었어. 그저네가 얼마나 무서웠을까, 얼마나 혼자였을까, 그 생각이 먼저 들더라.

 

사람들은 다들 나한테 묻더라. "너는 안 속상하냐". 근데 나는 속상함보다 네가 걱정돼서 잠이 안 왔다. 밥은 제대로 먹는지, 밤에 잠은 드는지. 괜히 네가 나보다 더 애 같아 보였거든.

 

그리고 2015. 두 번째 소식을 들었을 때는, 솔직히 말하면가슴이 한 번 더 내려앉더라. ', 이 사람 또 혼자 버티다가 이렇게 됐구나.' 그게 너무 슬펐어.

 

근데 이상하게도 그때도 너를 미워할 수가 없더라. 사람이란 게 참정이 한 번 붙으면 쉽게 떨어지지 않나 봐.

 

나는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아니까. 겉으론 큰소리치고 농담으로 넘기지만, 속은 누구보다 여리고, 누구보다 따뜻하고, 누구보다 외로운 사람이라는 걸.

 

그래서 떠날 수가 없었어. 누가 뭐래도 나는 네 편이었고, 지금도 그렇고, 앞으로도 그럴 거야.

 

너는 늘 나한테 그러지. "숙아, 넌 구름 같고 물 같다". 근데 나는 그렇게 흘러가면서도 늘 네 쪽으로만 흘렀어. 그게 내 마음의 방향이었거든.

 

광현아. 너는 잘 버텼고, 나는 그걸 옆에서 지켜봤고, 그게 우리 둘의 이야기야.

 

이제는 흘러가는 물처럼, 떠다니는 구름처럼, 조금 더 가볍게, 조금 더 따뜻하게 우리 둘의 길을 걸어가자.

 

숙이, 너에게.

* * *

숙이는 내 인생의 로또다.

사람들은 묻는다. "왜 로또를 안 사냐고." 나는 웃으며 말한다. "이미 당첨됐는데 또 바라면 하늘에서 불벼락이 떨어질 거야."

처음엔 내가 너에게 기댈 수 있는 고목나무였을지 몰라도, 어느 순간부터는 네가 나에게 고목나무가 되어 있었다. 언제나 그 자리에서 말없이 나를 품어주는 마음의 고향.

나는 명상을 하며 깨달음을 찾는다고 말하지만, 사실 너는 말없이, 자연스럽게,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는 법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. 그 삶 자체가 행운유수(行雲流水)였다.

내가 이렇게 사는 이유는 단 하나다. 내 아내 숙이가 내 로또인데, 그럼 이렇게 안 살고 어떻게 살겠나.

오늘도 너에게 고맙고, 내일도 너에게 고맙고, 평생 너에게 고마울 것이다.

숙아, 너는 내 인생의 행운이자 내가 다시 태어나도 찾을 단 한 사람이다.

 

광현이, 오늘도 너를 사랑한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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